본문 바로가기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디지털 유산 실천적 접근

인스타그램 추모 계정 전환 후 무슨 일이?

디지털 공간에서의 작별, 그 과정이 남긴 혼란과 질문들 실제 사례로 구성하였다.

인스타그램 추모계정
인스타그램 추모 계정

 

1. 갑작스러운 부고, 그리고 온라인에 남겨진 계정

[추모 계정, SNS 흔적, 사망 후 계정 정리]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수많은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그중에서도 SNS는 개인의 감정, 일상, 관계, 정체성이 가장 농축된 공간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플랫폼에는 사진, 글, 영상, 친구들과의 교류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디지털 공간 속 한 계정이 갑자기 멈췄다.
오랜 친구였던 동창이 갑작스럽게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며칠 후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추모 계정으로 전환되었다.
프로필 상단에는 ‘Remembering ○○’이라는 문구가 붙었고, 계정은 더 이상 활동하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 사진은 몇 주 전 찍었던 여행지의 풍경이었고, 댓글은 추모의 말들로 바뀌어 갔다.

SNS는 언제나 현재형의 공간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우리는 디지털에도 ‘죽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2. 인스타그램 추모 계정 전환, 예상보다 복잡했던 절차

[인스타그램 추모 계정, 전환 절차, 사망 증명]

그 계정을 추모 상태로 전환한 건 고인의 동생이었다. 그는 SNS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형의 계정이 계속 사람들 앞에 노출되는 것이 마음 아파서, 어떻게든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은 사망자 계정 전환 요청 시, 공식적인 사망 증명서 또는 부고 기사를 첨부하도록 요구한다.
신분증, 관계 증명서, 고인의 계정 링크 등도 제출해야 하며, 절차는 이메일을 통해만 진행된다.
또한, 계정 자체에 접근하거나 내용을 수정할 수는 없으며, 단지 추모 상태로 ‘고정’시키는 기능만 가능하다.

고인의 동생은 “사진 한 장 다운로드할 수 없고, 댓글도 수정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저 계정이 더 이상 활성 사용자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외형적 조치’에 그쳤다는 것이다.

 

Tip: 인스타그램은 사용자 사망 시, 계정을 삭제하거나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설정 방법

  • 사망진단서 또는 부고 기사
  • 고인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링크
  • 요청자와 고인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
  • 추가로 요청자의 신분증 사본 등

이러한 서류를 인스타그램 고객센터 웹페이지를 통해 제출하고, 검토 절차를 거친 후에야 계정은 “추모 상태”로 전환된다.
이 과정은 보통 2~4주 정도 걸리며, 중간에 서류 보완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추모 계정으로 전환되면:

  • 계정에 로그인 불가 (비밀번호 있어도 차단됨)
  • 타인의 팔로우, 좋아요, 댓글 등은 유지
  • 기존 게시물은 그대로 남지만 편집/삭제 불가
  • 누구도 계정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돌릴 수 없음
  • DM(다이렉트 메시지), 스토리, 릴스 접근 불가

즉, 그 사람의 SNS는 생전 그대로 멈춘 채로, ‘디지털 영정 사진’처럼 남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추모를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남겨진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감정적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3. 추모인가 침해인가 – 남겨진 사람들의 엇갈린 감정

[디지털 애도, SNS 추모, 감정의 충돌]

계정이 추모 상태로 전환되자, 친구들은 고인의 마지막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보고 싶다.” “함께 찍은 사진이 아직도 폰에 있어.” “하늘에서는 잘 지내고 있지?”
이런 말들은 위로이기도 했고, 공동의 애도 방식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현실의 장례식장에서는 하지 못했던 말을, 디지털 공간에서 늦은 감정을 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행동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친구는 “누군가의 감정 표현이 마치 관람용으로 소비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고, 고인의 형제는 “계속해서 그 계정을 보다 보면 감정적으로 힘들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추모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사람마다 감정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치유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SNS의 공개성과 알고리즘이다.
고인의 계정이 ‘추천 계정’으로 떠오르거나, 생일에 알림이 울리는 등의 자동 기능은 유족에게 감정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이런 점들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사망자 계정을 둘러싼 플랫폼 차원의 섬세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하다.

 

4. 계정을 지울 수는 없을까? – 남겨진 사람들의 갈등

[SNS 계정 삭제, 보존, 유족의 선택]

고인의 형제는 계정을 완전히 삭제하고 싶어 했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래도 그의 흔적을 남겨두자”고 반대했다.
이처럼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의견 불일치는 흔한 일이다.

인스타그램은 고인의 생전 비밀번호가 없다면, 계정 삭제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삭제 요청은 사망 증명서 외에도 법원의 명령서가 필요하거나, 계정의 소유자로부터 생전에 ‘삭제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계정은 그대로 남거나, 추모 상태로 고정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이러한 제한은 고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남겨진 가족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계정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지만, 죽음 이후에는 누구의 권리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5. 살아 있는 지금, 내 계정을 내가 정리해야 하는 이유

이번 경험은 디지털 유산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내가 죽은 뒤 내 SNS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누군가는 내 계정을 삭제하고 싶어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계정을 통해 나를 기억하려 할 것이다.

이런 갈등을 줄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몇 가지다.
첫째, 계정의 사후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미리 말해두는 것이다.
둘째, 가능한 경우 SNS의 사전 설정 기능을 활용해 계정 관리자나 삭제 옵션을 지정해 두는 것이다.
셋째, 중요한 사진이나 문서는 외부 백업을 통해 가족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정리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SNS 계정을 어떻게 처리하길 바라는지 간단한 메모 형태의 유언장을 남겨두는 것도 방법이다.

디지털 공간도 결국은 삶의 일부다. 정리되지 않은 계정은 때로는 기억이 아닌 짐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살아 있는 지금, 내가 직접 내 계정을 정리하는 것이 남겨질 사람들을 위한 작지만 중요한 배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