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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디지털 유산 개념 및 정책

오프라인 유산 vs 디지털 유산, 자산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부동산, 예금만 유산인가? 이제는 계정도 자산이다!

 

1. 세상이 바뀌고 있다, 자산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오래전부터 ‘유산’은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해왔다. 부동산, 예금, 자동차, 주식 등 실체가 명확하고 계량 가능한 자산이 상속의 중심이었다. 오프라인 자산은 ‘가시성’이 있고, 법적으로도 존재가 확실하며, 등기나 계좌처럼 확인 가능한 근거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그래서 이를 상속하는 것은 제도적으로도 익숙하고, 사회적으로도 당연한 절차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것을 만들고,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고, 블로그에 글을 쓰며, 클라우드에 사진을 보관하고, SNS에 가족과 친구의 기록을 남긴다. 이 모두는 디지털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나만의 자산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자산의 ‘가치’나 ‘소유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많은 이들이 ‘디지털 콘텐츠는 그냥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데이터로 실제 수익을 벌고, 정보적 가치와 정체성을 담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하나의 ‘유산’이다. 자산이란 단지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관리해온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2. 오프라인 유산: 시스템이 완비된 물리적 자산의 상속

오프라인 자산은 상속 구조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누군가가 사망했을 때 은행에 사망신고서를 제출하면 예금은 상속 대상이 되고, 부동산은 등기 이전을 통해 자녀에게 이전된다. 자동차도 번호판과 등록증을 통해 소유주가 명확하게 변경된다. 이처럼 물리적인 자산은 법적인 소유권과 사용권이 일치하며, 유산으로서의 처리 절차가 이미 시스템화되어 있다.

이러한 절차는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에 걸쳐 제도적으로 다듬어져 왔고, 민법에서도 그 기준이 명확하다. 상속의 순위, 유류분 제도, 공동상속인 간의 분할 협의, 세금 처리 등도 체계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고인이 남긴 자산이 유족에게 어떻게 이전되는지를 법이 보호한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은 이와 같은 시스템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상속 가능한 자산’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상태다. 이 차이점이 앞으로 엄청난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3. 디지털 유산: 계정, 콘텐츠, 수익은 자산이 아닌가?

디지털 자산이란 무엇인가? 이메일 계정, 유튜브 채널, 블로그, 소셜 미디어, 클라우드, 온라인 포트폴리오, 온라인 게임 아이템, 가상화폐, NFT까지. 이 모든 것이 디지털 자산에 포함된다. 그중 일부는 실질적인 경제적 수익을 창출한다. 유튜브 수익, 애드센스 수익, 인스타그램 광고 협찬 등은 매월 일정 수입이 발생한다. 그러나 정작 이 자산들은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사망하면 계정은 비활성화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된다. 구글은 유족에게 수익을 넘기지 않으며, 해당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계정이 ‘소유물’이 아니라, ‘서비스 이용권’이기 때문이다.
즉, 유튜브 계정은 사용자의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구글의 정책 하에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는 논리다. 문제는 이 계정이 수익을 내고, 수많은 정체성, 자료, 콘텐츠가 담긴 ‘가치 있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죽는 순간 모든 권한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4. 플랫폼의 약관은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을 말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은 모두 계정 생성 시 ‘서비스 약관’에 동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 약관에는 계정이 회사의 소유이며, 사용자는 단지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가질 뿐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약관에는 “사용자의 계정 및 데이터는 사용자의 사망과 함께 정지될 수 있으며, 회사는 데이터 이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내가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정성껏 운영한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도, 내 소유가 아니며, 법적으로 ‘상속 가능한 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현실과 충돌한다. 사람들은 분명히 그 콘텐츠를 만들었고, 관리했고, 수익까지 얻었다. 그런데 사망 후에는 그 모든 것이 사라지며, 가족도 접근하지 못한다.
이는 소유권과 접근권이 분리된 디지털 자산의 구조적 한계이며, 앞으로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5. 디지털 유산은 왜 상속되지 못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법이 아직 디지털 유산의 가치를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의 범위를 “재산”이라 정의하고 있지만,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다는 해석은 명확히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온라인 계정은 대부분 ‘비양도성’ 서비스로 간주되며, 약관에서도 상속이나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조항이 존재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넷플릭스, 카카오,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 모두 '계정 양도 불가' 조항이 들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디지털 자산은 보안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메일 계정에는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되어 있고, 무단 접근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명시적인 동의나 위임 없이 계정에 접근하는 것은 불법 해킹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세 번째는 기술적인 한계다. 대부분의 계정은 2단계 인증, 생체 인증, 암호화 등으로 보호되고 있어, 계정 정보 없이 접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플랫폼의 고객센터는 유족의 접근을 돕기보다는, 차단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6. 법과 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디지털 자산이 실질적인 재산으로 간주된다면, 국가 차원에서 이를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우선, 디지털 자산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는 법률 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민법 내에 디지털 자산을 상속 대상에 포함시키고, 그 범위와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익형 콘텐츠, 암호화폐, 온라인 지갑, 도메인, 서버 등은 상속 대상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플랫폼 기업의 약관 개정도 필요하다. 사용자가 생전에 사후 계정 처리 방법을 설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유족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이나 애플의 디지털 유산 연락처 같은 기능을 모든 서비스가 기본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국민 교육과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사망 이후 디지털 자산이 남겨질 수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유언장 작성, 계정 목록화, 암호 백업, 가족과의 사전 공유 등 실질적인 대비가 가능한 실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온라인 유산 상속
온라인 유산 계정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