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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디지털 유산 개념 및 정책

가족이 사망했을 때 계정을 열지 못한 실제 사례 분석

디지털 유산 정리가 왜 필요한지, 실생활에서 벌어진 사례와 현실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유산 접근의 어려움과 그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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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갑작스러운 사망, 남겨진 가족의 혼란과 디지털 자산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대부분의 개인 정보를 온라인에 저장하고 살아간다. 은행 계좌, 의료 기록, 연락처, 사진, 영상, 심지어 유언장까지 디지털 공간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디지털 자산들이 개인의 사망과 함께 '잠금 상태'로 전환되고,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40대 여성 이 모 씨는 남편이 돌연사한 뒤 은행 계좌와 보험, 사진 보관 클라우드 등에 접근하지 못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남편의 스마트폰은 지문과 얼굴 인식으로 잠겨 있었고, 별도의 백업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1년 이상 은행 계좌를 동결한 상태로 상속 소송을 진행해야 했다.
이 사례는 단순히 비밀번호 하나를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인의 재산과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더욱이 최근에는 온라인 뱅킹, 가상화폐, NFT 등 디지털 자산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디지털 유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유족이 심각한 법적, 재정적 손해를 입을 수 있다.

 

2. 사진과 추억조차 접근 불가: 구글 포토에 묻힌 가족의 기록

한국에 사는 한 30대 직장인은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의 구글 계정에 저장된 수천 장의 가족 사진과 영상을 열람하고자 했다. 어머니는 구글 포토에 생전의 기억을 백업해왔지만, 그 계정의 비밀번호는 아무에게도 공유되지 않았다. 이 직장인은 구글에 문의하여 사망 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심지어 유언장 사본까지 제출했지만, 구글은 "개인정보보호 원칙에 따라 제3자에게 계정 접근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구글은 사용자의 사망 이후를 대비한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제공하지만, 생전에 해당 설정을 하지 않은 경우, 유족이 데이터를 열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그는 어머니의 사진을 하나도 복원하지 못했고, 가족의 소중한 기억은 영영 사라지게 되었다. 이 사례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애도 과정까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정서적 문제로도 확장될 수 있다.

 

3. 수익형 계정의 사망 후 대응: 유튜브·애드센스 수익의 중단

2021년 유튜브에서 요리 콘텐츠로 12만 구독자를 보유한 B 씨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망했다. 그가 남긴 콘텐츠는 여전히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었고, 광고 수익은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매월 지급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망 이후 계정에 접근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B 씨는 2단계 인증을 설정해두었고, 인증 메일 역시 그의 개인 메일로 연결되어 있었다. 유가족은 사망 사실과 가족관계를 입증했지만, 구글은 계정 자체를 상속하거나, 접근 권한을 이전하는 구조를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B 씨의 유튜브 채널은 6개월 뒤 비활성화되었고, 미지급된 광고 수익은 법적으로 소멸 처리되었다. 이처럼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가 소유한 계정도 하나의 자산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자산은 오프라인 자산과 달리 상속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이는 현행 법과 플랫폼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며, 사용자 개인이 생전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4. 고인의 SNS 계정, 삭제와 유지 사이에서의 갈등

2022년 한 고등학생이 사고로 사망한 이후,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둘러싸고 가족 간에 갈등이 발생했다. 어머니는 해당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는 삭제를 원했다. 그러나 문제는 접근 권한조차 누구에게도 없었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추모 계정 전환’을 지원하지만, 사망 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사용자의 전체 이름 및 이메일 주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가족이 이 정보를 모두 확보하지 못하면서, 계정은 어느 쪽의 의사도 반영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되었다.

이처럼 SNS는 단순한 소통의 공간을 넘어서 고인의 정체성과 기억이 남는 장소가 되고 있으며, 이 계정의 처리 방식은 가족들 간의 심리적 애도와도 깊은 연관을 가진다. 그러나 생전 본인의 의사나 디지털 유언장이 없다면, 남겨진 사람들끼리 그 처리를 두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5. 클라우드 유언장과 온라인 문서의 법적 무효 사례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던 60대 노부부는 ‘디지털 정리’의 일환으로, 유언장과 가족에게 남길 메시지를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저장해 두었다. 그러나 남편이 사망한 후, 유언장이 있는 계정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그 유언장은 종이로 인쇄되지 않았고, 변호사나 공증인의 서명도 없었기 때문에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유족은 그 파일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 했지만, 구글 드라이브 내의 파일은 암호화된 계정 안에 있어 복구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고인이 생전에 원했던 상속 계획은 무산되었고, 법정 상속 기준에 따라 자산이 분배되었다. 이로 인해 가족 간 분쟁이 발생했으며, 해당 유언장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은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디지털 유언장이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접근할 수 없다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며, 사전 정리 없이는 유산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질적인 대응 없이는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디지털 유산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사망 이후, 가족이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단지 금전적인 손해뿐 아니라, 추억, 정체성, 가족 간 신뢰 등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문제가 현실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전에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접근 정보, 계정 목록, 정리 계획, 디지털 유언장 등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디지털 유산은 물리적인 금고나 서류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개인의 정보와 자산은 더욱 고립되고 폐쇄적인 플랫폼 안에 갇히게 된다. 그 틈을 메우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살아있는 우리가 준비하는 것뿐이다.

 

디지털 자산 사례
다양한 디지털 자산과 유산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