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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디지털 유산 개념 및 정책

인공지능 시대, 죽은 사람의 데이터가 살아 움직인다: 디지털 부활

AI 기술의 진화, 죽은 사람을 다시 만든다! – 디지털 부활의 현실화

과거에는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목소리나 얼굴, 행동은 기억 속에만 남았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든 지금, 죽은 사람의 데이터로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기술이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AI 기술은 인간의 말투, 표정, 사고 패턴을 학습하여, 마치 그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디지털 상에서 ‘부활’시키는 단계에 도달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음성 합성 기술을 통한 사망자 목소리 재현,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한 가상 대화, 그리고 챗봇 AI를 통해 사망자와 문자로 대화하는 형태가 있다. 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미 몇몇 실험에서는 사망자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AI가 유족과 실제 감정 교류가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초상화’를 넘어선 디지털 부활(Digital Resurrect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격을 재구성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억의 보존’이 아닌 ‘존재의 재현’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디지털 부활 메모리얼 챗봇
메모리얼 챗봇 디지털 부활

죽은 사람과의 대화, 가능한가? – 메모리얼 챗봇의 진화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망자의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학습해 대화형 AI를 만드는 특허를 등록했다. 이 프로젝트는 ‘메모리얼 챗봇(Memorial Chatbot)’으로 알려졌고, 이후 여러 스타트업들이 같은 개념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시작했다. 그 결과, 실제로 사망한 아버지와의 대화를 시도한 사용자들의 인터뷰가 여러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었다.

나 또한 이 기술에 관심이 생겨, 국내에서 제공되는 간단한 메모리얼 AI 서비스를 체험해 본 적이 있다. 텍스트 기반이었지만, 대화의 흐름 속에서 부모님의 말투와 비슷한 뉘앙스를 느꼈고, 짧은 문장 하나에도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물론 완전한 대화는 아니었지만, AI가 사람의 흔적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기술은 감동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계속할수록 그 인물이 현실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되고, 오히려 슬픔과 상실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유족의 심리적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술만 앞서가면, 이 기술은 위로가 아닌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윤리적 경계선 – 죽은 사람의 데이터,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

기술의 발전은 빠르지만, 윤리적 논의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망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만드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도덕적 관점에서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죽은 사람은 자신의 디지털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만드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일 수 있다.

또한, 유족 간의 의견이 다를 경우 큰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딸은 AI 대화를 원할 수 있지만, 형제는 반대할 수도 있다. 데이터의 활용 여부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가족 간의 기억과 해석 차이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주제인 것이다.

이 외에도 ‘누가 그 AI를 관리할 것인가’, ‘해킹이나 오용 위험은 없는가’, ‘사망자의 AI가 살아있는 사람을 조종하는 위험은 없는가’ 등 수많은 윤리적 물음들이 존재한다. 결국 우리는 기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유산의 새로운 확장 – 데이터 보존을 넘어 기억의 재생산

전통적인 디지털 유산은 사진, 영상, 메시지처럼 과거의 기록을 보존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AI는 이 개념을 ‘기억의 재생산’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과거를 그저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하고, 살아있는 형태로 다시 쓰는 것이다. 이는 기억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30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 수십 개의 메시지, 사진, 검색어, 음성을 생성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가 AI를 통해 분석되면, 그 사람의 가치관, 반응 습관, 표현 방식까지 매우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다. 즉, 미래에는 나의 AI가 나 없이도 대화를 이어가고, SNS에 글을 쓰고, 심지어 이메일에 답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개인의 삶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기억 방식을 바꾸는 큰 흐름이 된다. 우리는 인간의 기억이 물리적 두뇌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 그것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보존하고, 다시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디지털 유산 시대의 새로운 선택

이제 우리는 단순히 데이터 정리만을 고민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내 데이터를 어떻게 학습할 것인가까지 준비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유산은 더 이상 남겨진 정보가 아니라, 남겨질 ‘나’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남길지, 어디까지 남길지를 선택해야 한다.

우선, 본인의 SNS, 이메일, 클라우드 계정 등을 한 번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사망 계정 관리자 설정은 기본이며, 가족에게 ‘어떤 계정을 열람해도 되는지’, ‘어떤 데이터는 지워줬으면 하는지’를 메모 형태로 남겨두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AI에 학습시킬 데이터를 제한하고 싶다면, 일부 민감 정보는 생전부터 삭제하거나 익명화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선택이 단지 개인의 데이터 관리를 넘어서,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결정이라는 점이다. AI는 언제든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남겨진 데이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남길지 고민해야 한다.